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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가 기절했다

웃음 충전 엄마가  두 손가락을 내 콧구멍에 꽂으며 깔깔 웃어요 웃음이 모자라면 충전하는 방법이지요 재미있는 식구가 아닐 수 없다. 웃음을 충전하기 위해 아이 콧구멍에 두 손가락을 꽂는 엄마라니! 각자 자신의 삶을 살면서도 아이와 엄마가 깊은 교감을 하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아빠는 밤늦게 오면서 / 벽을 타고 옆으로 슬슬 와요 / 형도 오락실에 갔다 오면서 / 벽을 타고 옆으로 슬슬 들어오는 걸” (「꽃게 가족」) 봤다면서 “우리 집에도 꽃게가 두 마리 있” (「꽃게 가족」)다는 시편은 또 어떤가. 아이는 아빠와 형과도 깊은 교감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엄마 방귀는 씩씩해요 / 팡팡팡팡 / 누나 방귀는 얌전해요 / 소리도 안 나요 / 내 방귀는 웃음이 많아요 / 킥 뽕 핑 칙 / 아빠 방귀는 들은 적이 없어요 / 회사에서 다 뀌나 봐요”(「방귀 가족」)에 이르면 즐겁게 사는 식구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동물원 원숭이가 고향에 보내는 편지 엄마 보고 싶어요 여기는 먹을 게 많고 잠자리도 안전해요 그런데 나갈 수가 없어요 엄마에게 갈 수도 없어요 배는 부른데 마음이 텅 비어 가요 아이에게 엄마는 세상 전부다. 원숭이라고 다를까. 먹을 것도 많고 잠자리도 안전하지만 엄마 없는 세상은 아무 소용이 없다. 게다가 나갈 수조차 없으니 마음이 텅 비어 갈 수밖에. 원숭이에 대한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다. “강아지가 으르릉할 때는 / 네가 무섭다는 소리야 / 그럴 땐 겁먹지 말고 / 모른 척 지나가면 돼”(「강아지」), “벌레가 전속력으로 날아와요 / 역시나 창문에 ‘퍽’ 부딪히더니 / 스르륵 힘없이 떨어져요 / 난 혹시나 / 벌레도 혹이 났나 싶어 / 자세히 들여다봤어요 / 기절했어요 / 아니, / 아무래도 죽은 것 같아요 / 잠시 후에 다시 보니 / 벌레가 꿈틀꿈틀 움직이기 시작해요 / 그러고는 하르르 다시 날아가요 / 죽었다고 생각한 게 / 미안했어요”(「벌레가 기절했다」) 같은 시편도 동물에 대한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다.

그동안 따로 시리즈 없이 한 권 한 권 동시집을 이어 간 사계절출판사가 앞으로 독자와 좀 더 가까이 만나고자 ‘사계절 동시집’ 시리즈를 새로이 선보입니다. 그 첫 번째 작품은 아이들의 천진한 일상을 발랄하게 담아낸 최수진 시인의 첫 동시집 벌레가 기절했다 입니다. 201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최수진 시인은 기성 시인들의 흐름이나 방향을 좇아가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를 그려 나가고 있습니다. 시인은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을 들여다보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생생하게 포착해 냅니다. 화려한 꾸밈이나 기발한 발견 없이도 아이들 눈에 맺힌 친숙한 세상과 천진한 동심을 펼쳐 보이고 있어, 마치 아이들의 일기장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간결하게 표현된 홍성지 화가의 그림은 친밀하고 유쾌한 상상력을 채워 가며 동시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합니다.

시인의 말

1부. 귀신과 악수하기
반만 먹었다│멍!│왼손잡이│콜록콜록│지하철 물뱀│자동 파마│좌회전 우회전│아이스크림│집으로 가는 길│엄마 베개│반달│귀신과 악수하기│김

2부. 개미의 일기
낙엽 과자│꿀벌이 하는 말│개미의 일기│아기구름│비와 달│할미꽃│오르막길│부끄럼쟁이│가을 운동회│강아지│숨바꼭질│오리의 인사│무서운 손님│햇빛 가득 담긴 운동장에서│울보 개구리

3부. 웃음 충전
꽃게 가족│저울│키│조용한 친구들│횟집 어항│웃음 충전│방귀 가족│짜장도사 짜증도사│벌레가 기절했다│별 엄마│동물원 원숭이가 고향에 보내는 편지│차가운 아파트

4부. 다람쥐의 실수
무지개 기차│조용한 합창│산타야 천천히│아빠 손│무서운 꿈│솜달팽이│풍선 나무│지리산의 밤│다람쥐의 실수 1│다람쥐의 실수 2│주소

해설│ 천진한 아이가 쓴 일기 같은 동시_김이구 어린이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