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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목이라는 이름은 라디오 방송에서 처음 들었습니다. 그때 시인이라고 했어요. 그게 언제였는지 잘 생각나지 않지만 시간 많이 흐른 것 같기도 합니다. 신용목이 나오는 날은 그 방송을 들을까 했지만 별로 못 들었습니다. 그 뒤로도 신용목은 라디오 방송에 한주에 한번 나왔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우연히 들었더니 더는 나오지 않더군요. 나올 때는 잘 챙겨듣지 않다가 나오지 않게 된 걸 아쉬워하다니. 지금 생각하니 저는 자주 그랬습니다. 아니 그래도 끝까지 들은 것도 있고, 이제는 끝난 <인생 라디오>도 들었어요. 이건 아침이 아닌 낮에 해서 그랬군요. 저는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합니다. 몇달 전에 다시 신용목이 같은 라디오 방송(<시 콘서트>)에 나온다는 거 알았어요. 그걸 챙겨듣느냐 하면 그러지 못합니다. 그 시간에 사물을 정하고 그것이 나온 시를 소개하기도 하는데. 음악은 듣지 못해도 다시듣기가 있으니 그걸 들어도 괜찮을 텐데 그러지도 않는군요. 이렇게 말하니 듣고 싶기도 하네요.
라디오 방송을 듣고 언젠가 신용목 시인 시집을 한번 봐야지 생각했습니다. 예전 것이 아닌 지난해에 나온 걸 처음으로 보게 됐습니다. 보고 싶다 하고 보면 괜찮기도 한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군요. 제 탓입니다, 시를 못 알아들은. 알 듯한 말이 나오다 알 수 없는 말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시인은 하고 싶은 말이 많고 자기 말로 하는데 제가 그걸 잘 못 알아들었습니다. 짧은 시도 있지만 거의 깁니다. 보여주려고 하는 것도 있는데 그것도 잘 그리지 못했습니다. 그리다 만 이라 해야 할까요. 그것도 괜찮기는 하겠지만. 뿌연 안개가 낀 듯한 느낌입니다. 이건 저만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용목 시집을 잘 보신 분도 있겠지요. 언젠가 다시 보면 지금보다 나을지,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일지. 조금 나았으면 좋겠습니다. 잘 되새기면 좋은 말도 있어요.
흰나비는 이 세상 것 같지가 않다. 쫓아가는 아이는 꼭 넘어진다.
-<흰나비>, 91쪽
짧은 시 한편만 옮겨 보았습니다. 다른 것은 뭐 없을까 했지만 그냥 안 쓰는 게 나을 듯합니다. 다 알아듣기 어렵지만 시가 괜찮기도 합니다. 슬프지는 않고 답답함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여러 가지 감정이 지나간 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자신한테 일어난 일을 조용하게 바라볼 수 있겠습니다. 라디오 방송에서 들은 신용목 시인 목소리는 조용합니다. 처음에는 그런 목소리와 시가 조금 다르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큰 소리 내지 않고 조용하게 말하는 느낌. 그렇다고 화 나는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겠지요. 화도 잘 안 낼 것 같은 목소리지만.
시를 잘 보려면 시를 자주 만나야 할까요, 이것저것 다 봐야 할까요. 둘 다겠습니다. 마음은 그러고 싶은데 게을러서 잘 안 됩니다(전에도 같은 말을). 세상, 자연이라도 잘 보고 싶어요. 다른 건 조금 어려우니. 잘 못 알아들어도 시를 만나는 시간은 괜찮습니다. 시는 어려운 이론을 말하지 않잖아요. 비, 눈, 밤, 가을, 아침, 새, 꽃, 사막, 바다, 편지, 햇살, 나비, 의자……. 그냥 낱말을 늘어놓아 봤습니다. 제가 쓴 것 말고도 더 있어요. 해 본 적 없지만 어떤 낱말이 나왔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 시를 재미있게 볼 방법은 더 있겠네요.
*
여기에 이 말을 쓰는 건 좀 우습지만. 이달에도 사흘에 한번씩 몇천명이 왔다. 아니 왔다고 나왔다. 모두 합치면 15346, 벌써 이렇게 됐다). 앞으로 남은 날 동안 이렇다면 내가 글을 하나도 안 써도 저절로 수퍼스타가 될 듯하다. 수퍼스타는 글 많이 쓰고 활동 열심히 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냥 되어도 괜찮은가. 난 되고 싶지도 않은데 말이지(등급 따위 왜 만든 건지). 여기에 왔다고 한 사람을 나타내는 숫자가 정말 맞을지 모르겠다. 내 블로그에 오는 사람은 많아 봤자 열명 안팎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몇십명이나 몇백명 왔다고 나온다. 나만 그렇게 숫자 올라가는 거 싫어하는가 보다. 그러니 여기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겠지. 그냥 올라갈 때도 있고 올라가지 않을 때도 있겠지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난 정말 그게 싫다. 실제 온 사람도 아닌 숫자가 마구 올라가는 거. 그걸 보면 무척 쓸쓸하다. 친구도 별로 없는데. 몇해 전에도 갑자기 몇백명이 올라가서 가끔 블로그를 일시정지 하고 숫자 올라가는 걸 막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무 때나 일시정지 하기 어렵다. 한번 하면 30일 해야 하니. 그렇게라도 할까 했는데, 어쩐지 그 뒤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이런 게 그렇게 큰일은 아니겠지. 나도 이걸 크게 생각하는 내가 바보 같기도 하다. 별거 아닌 일이지만 별거 아닌 일 때문에 무척 우울하다. 그러고 보니 꿈을 꿨다. 올라간 숫자를 내려주는. 그런 꿈까지 꾸다니.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구나. 어떻게 하면 숫자가 올라가지 않을까, 내가 뭘 해서 그렇게 되는 걸까. 숫자가 엄청나게 올라간 걸 보면 테러 당한 느낌이다. 난 대체 얼마나 더 그걸 느껴야 하는 걸까.
희선
‘나’와 ‘너’를 아우르는 ‘우리’의 세상은 가능한가
세상의 모든 외로움과 절망을 마주하는 시인의 간절함 부름
검은 사내가 내 목을 잘라 보자기에 담아 간다 낡은 보자기 곳곳에 구멍이 나 있다//나는 구멍으로 먼 마을의 불빛을 내려다보았다//어느날 연인들이 마을에 떨어진 보자기를 주워 구멍으로 검은 사내를 올려다보았다//꼭 한발씩 내 머리를 나눠 딛고서(「밤」 전문)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감각적 사유와 탁월한 언어 감각으로 서정시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며 끊임없는 자기갱신을 지속해온 신용목 시인의 네번째 시집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가 출간되었다. 서정시의 혁신 (박상수)이라는 호평을 받았던 아무 날의 도시(문학과지성사 2012)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이 시집에서 시인은 당대 사회 현실을 자신의 삶 속에 끌어들여 존재와 시대에 대한 사유의 폭과 감각의 깊이가 더욱 확장된 시세계를 선보인다. 삶에 드리워진 슬픔과 상처를 연민에 찬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섬세한 비유와 세련된 이미지, 탄탄한 시적 구성이 돋보이는 견고한 시편들로 짜인 아름답고 참혹한 시집 (허수경, 추천사)이다. 2017년 현대시작품상 수상작 「공동체」(외 9편)를 포함하여 모두 70편의 시를 부 가름 없이 실었다.
후라시
밤
가을과 슬픔과 새
목소리가 사라진 노래를 부르고 싶었지
모래시계
그리고 날들
우리 모두의 마술
공동체
절반만 말해진 거짓
진흙 반죽 속에서 조금씩 내가 되어 걸어
나오는 진흙 인간처럼
숨겨둔 말
게으른 시체
도둑 비행
지나가나, 지나가지 않는
취이몽(醉以夢)
사랑
우리라서
우리
송별회
무서운 슬픔
카프카의 편지
나는 알고 있거든
흐린 방의 지도
옆집 남자
산책자 보고서
호수공원
차갑고 어두운
울음을 다 써버린 몸처럼
자작나무
하늘에서 흰머리가 내리는군
드레스
눈과 생각의 금붕어
아무렇지도 않게
더 많거나 다른
흰나비
나비
스위치
개와 산책하는 비
귀가사(歸家辭)
검은 고양이
호모 아만스(homo amans)
마리오네뜨
더 어두운 색
공터에서 먼 창
부재중
인사동
내가 계속 나일 때
사과
막
영화는 밤에 자는 낮잠 같다
대합실
이유의 주인들
고맙습니다
눈사람
백마술
그림자 섬
이 슬픔엔 규격이 없다
착하고 좋은 사람들
몽상가
노랑에서 빨강
숨, 몸, 꿈
지나간 일
화요일의 생일은 화요일
달과 칼
그해 안부
저지르는 비
얼음은 깨지면서 녹는다
대대적인 삶
이별
내가 쓰러져 꿈꾸기 전에
해설|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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